KT 새 선장 김영섭 “나이·직급 관계없이 역량 있으면 핵심인재 우대”
“고수 아닌 사람 하는 일은 할 사람 많아”

“경영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개편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KT인 대부분 훌륭한 직장관을 갖고 일하시는 분들이기에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영섭 KT 신임 대표는 30일 경기 분당사옥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가진 취임식에서 한 직원이 ‘조직개편 방향성’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대규모 구조조정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모든 것은 순리에 따라야 하는 것 같다. 조직원 중에 시니컬한(냉소적인) 사람도 있고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는데, 결국 순리적으로 하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과 대화 중간에 “고수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은 할 사람이 많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역량이 없으면 강제로 혁신을 당하게 된다. 분야별 리더들이 맞는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혁명적으로는 못하고 혁신적으로 조직 운영과 시스템을 담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실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자기 실력이 있어야 한다. 역량이 없으면 어디에 쓰겠나. 꽃길을 걸을 수 없다”며 “일단 전문가가 돼야 한다. 고수가 되고 나면 고수가 일하는 방식을 알아서 고수답게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나이와 직급과 관계없이 뛰어난 역량이 있으면 핵심 인재로 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역량을 끌어 올리자고 했는데, 측정 방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대표를 지낸 LG CNS의 ‘기술 역량 레벨’ 평가 제도 같은) 시험을 치는 것 이야기하는 것인가? 전 회사와 성격이 다르다. 역량 테스트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목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KT 내부에서는 벌써 ‘명예퇴직’ 소문이 돌고 있다. ‘재무통’에 구조조정 전문가로 정평이 난 김 대표가 조직 슬림화에 나설 것을 예측하면서다.
지난해 말 기준 KT 직원 수는 2만544명으로 SK텔레콤(5314명)이나 LG유플러스(1만494명)보다 많다.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후 약 6000명,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후 약 8000명이 명예퇴직을 통해 퇴사했다.
첫 번째 시험대는 노사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는 임단협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경쟁사들과 달리 대표 부재로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 10월 새 노조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진행되는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 뜻대로 원만하게 조직개편이 추진되려면 노조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올해 조합 선거가 있다고 하니 적절히 조합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KT가 개선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자 “다른 기업에서 만 39년간 재직했다”며 “평생 머릿속에 두고 있는 게 고객이다. 고객에 대한 생각을 기반에 단단히 두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취임사에서도 “모든 업무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고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빠르게 제공해야 한다”며 “고객의 니즈와 페인 포인트(불편을 느끼는 점)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LG CNS 대표까지 한 김 대표의 취임 일성은 공교롭게도 구광모 LG 대표의 발언과 겹쳐진다. 구 대표는 2019년 LG그룹만의 고객 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한 데 이어 2020년에는 고객 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실질적 성과’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KT 사업 근본의 내실을 다지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며 “숫자를 만들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기보다는 사업의 본질을 단단히 하고 미래 성장의 에너지를 쌓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는 정보기술(IT)과 통신기술(CT) 구분이 안 된다. 모든 기업이 ICT 기업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ICT 1등만 되면 모든 기업이 우리 회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김 대표를 새 선장으로 한 KT호 방향타는 한마디로 ‘성과와 실력, 고객 중심의 조직 운영’과 이에 바탕한 ‘혁신’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그동안 KT에서는 도전적인 요소들이어서 추진 과정에 적잖은 풍파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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